신문방송칼럼
어리석은 자
새벽을여는교회 최성은 목사
「머리에서 가슴까지 30센티 마음여행」은 기자출신인 최필규씨가 직장생활에서 느낀 어려움과 아픔에 대처하기 위하여 필요한 마음가짐을 풀어낸 책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일과 관계와 인생의 삼각함수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낄 때 자신의 것으로 체화(體化)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수많은 생각과 다짐을 하는데 그 생각의 어떤 것은 실천으로, 어떤 것은 머릿속에 머물다 사라지는 단편적 사고로 끝나기도 합니다. 아마도 대부분은 그저 생각의 파편일 확률이 높은데 사고가 체화(體化) 되었다면 아마도 보통의 생각보다 더 많은 결단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은 책으로 배우는 방법과 몸으로 배우는 방법이 있습니다. 책으로 배우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한 것을 바탕으로 보고 듣는 것이고 몸으로 배우는 것은 내가 직접 몸으로 배우면서 학습하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둘 다 하는 것인데 이론적인 지식을 알고 있어야 실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머리로만 기억하거나 이해한 것은 잊어버리거나 변하기 쉽습니다. 고착화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머리에서 인지한 것을 몸으로 배운 것은 쉽게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번 배운 운동이나 자세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몸이 기억하여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발레를 배운 사람이 치매 상태에서도 음악을 틀면 몸이 기억하여 발레 동작을 한다고 하니 체화(體化) 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릅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길이는 30센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한 사고가 머릿속에서 받아들여져 가슴으로 내려와 체화(體化)되기 까지는 찰나의 순간에서 영원의 시간까지 다양하게 소요됩니다. 가끔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해도 남이니까 이해 할 수는 있어도 자신은 그런 행동을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변화는 머릿속에서 이해한 것이 마음으로 내려와 내면화되어 삶의 방향을 바꾸는 행동까지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부자가 밭의 소출이 풍성하자 마음에 생각하기를 ‘내가 곡식을 쌓아둘 곳이 없으니 어찌할까?’하고 궁리하다가 ‘옳지, 내가 이렇게 하리라 곡간을 헐고 더 크게 짓고 내 모든 곡식과 물건을 거기 쌓아 두리라.’고 하면서 심중에 ‘내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라고 합니다. 부자의 삶의 목표는 잘 먹고 잘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에 하나님은 ‘어리석은 자여 오늘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라고 묻습니다. 하나님은 이 사람을 어리석은 자라고 말합니다.
이 부자는 자기중심, 물질중심, 세상중심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으로 세상적 풍요를 누리는 것으로 체화(體化)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중심적 사고는 우주의 중심이 자신입니다.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상이 불공평하고, 오로지 자신의 관점과 경험에만 구속된 사고를 합니다. 물질 중심의 세계관은 말 그대로 물질만능주의 사고를 가진 것을 말합니다. 부자는 주체할 수 없는 물질로 고민하다 결국은 창고를 짓기로 하는데 이는 그가 재물을 쌓아두는데 몰두한 삶을 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부자에게는 더 많이 가지려는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 즉, 탐심이 있었던 것입니다. 탐심은 물질에 대한 탐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 모든 종류의 죄악 된 성향을 말합니다. 무엇을 얻고자하는 끝없는 욕심이 탐심입니다. 세상중심의 가치관은 보이는 세계에 가치를 두는 것입니다. 세상중심의 가치관은 영적 세계와 먼 삶을 말합니다. 세상은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 같으나 보이지 않는 세계가 더 큽니다. 눈에 보이는 세계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말씀처럼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가 어리석은 자인 것입니다.
사람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체험하고 살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데 한번 몸으로 기억한 어리석은 삶은 일생의 모든 시간을 구속하고 어리석은 삶으로 채워가게 합니다. 모든 사람은 인간자체로 존재의 가치가 있으나 삶을 반짝거리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전과 용기를 주고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몸으로 배운 향기로운 삶이 나타날 때입니다.
연약한 자아를 깨트려 하나님께 나아가는 삶, 하나님의 임재와 성령의 임재를 체험하며 드려지는 삶, 영적으로 거룩하게 특화된 삶을 머리에서가 아니라 몸으로 배워 그리스도의 향기를 나타내는 삶을 사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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